Effortless Life/우울일기

[우울일기] 타인은 자신의 거울이다.

effortless 2024. 9. 23. 00:08

살다 보면 기묘한 순간이 있다. 이 사람은 나에게 말하고 있는데 내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다고 느껴질 때.

 

알고 지내던 한 친구는 다른 사람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했다.

누구나 그렇지 감당하며 사는 거지 생각한다.

근데 같은 얘기를 자주 해서 기억에 남는다.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부터 계속 신뢰에 대한 얘기를 했다.

아마 본인은 몰랐을 것이다.

 

결국 이 친구와는 신뢰 때문에 멀어졌고 나중에 전해 들으니 뒤에서 험담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였다.

그 수위와 빈도가 장난이 아니라고 했다.

 

나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낄만한 습관들은 혓바늘처럼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누군가를 욕하면 그 순간은 시원하다. 그러나 그 시원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누군가를 욕하는 것처럼 그 누군가도 나를 욕하는 상상이 수시로 들기 때문이다.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누군가가 인간을 만들었다면 만들면서 일종의 한계를 만들어둔 게 아닌가 싶다.

 

DP에서 정해인이 선임을 폭행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정해인이 주먹질을 하는 것은 선임이 아니라 정해인 자신이었다.

이걸 투사라고 한다.

 

자신의 부정적인 행동을 타인에게 전가함으로써 이건 내 문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문제라고 생각하려는 것이다.

 

음주운전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음주운전 뉴스에 분노한다.

부모님에게 상처를 드렸던 기억이 있는 사람은 예절에 집착한다.

내가 누군가를 욕하는 말은 사실은 내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 통찰력 있고 근거가 있는 말이었던 것이다.

 

나는 어떤 말 많이 하고 어떤 상황을 싫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