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일기]현타
사실 좀 튀어가며 살았던 것 같다.
반은 그런 마음이었고 반은 튀기 싫어서 나와 비슷한 사람을 무리에서 계속 찾았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마음 깊은 곳의 다 자라지못한 감정들은 계속 튀어나와 혼란스러웠다.
마음이 힘들어서 약을 먹어가며 반쯤은 혼몽하게 지내서 그런 것도 있다.
마음이 힘들고 나서부터 이상하게 타인의 시선이라던지 뭐랄까 주변으로부터 욕을 먹는 걸 막아주는 감각이 마비된 것 같았다.
옷에 뭐가 묻어도, 머리가 붕뜬채로 어딜 나가도 타인의 시선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그런 감각이 작동하지 않았다.
옷을 이상하게 입고 나가도 부끄러움이 생기지 않았다.
차를 운전해도 속도 감각이 이상하게 둔하고 위험을 감지하는 게 마비된 것 같아 몇 배는 집중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조심하려고 애썼다.
마음의 병이 참 무서운거더라.
나중에 상태가 좋아졌을 때 떠오르는 기억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좀 두렵다.
어찌보면 질병이었으니깐 주변 사람들도 좀 너그럽게 봐주려나?
암튼 내 자신이 특별할 게 뭐 있을까 생각이 든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사실 그런 아픔쯤은 누구나 하나씩 있지않을까
내가 직접 들은 건 아닌데 친구의 선임이 군대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니가 뭔데 튀려고해. 다른 사람들 다 아무소리 않고 따르는데 니가 뭔데'
그런 생각이 딱 든다. 내가 뭔데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내가 뭔데 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까
투머치하다.
처음 그런 생각을 했던 건 아주 어릴 때다. '내가 받고싶은 대우를 상대방에게 해주자 그럼 돌아올거다.'
개인적인 아픔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뭔가 노력을 하기보단 그냥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공감을 받으면 그만인 상처였다.
너무 오래되고 어린 생각이 지금까지도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로인해 상대방에게 끌려다니고 마음은 우울하고 또 그만큼 돌아오지 않아서 속상한 마음이 쌓여왔나보다.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하고싶은 얘기를 다 하는 것도 아닌데.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맥락이 있고
친한 사이여도 가려야하는 얘기가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걸 배울 기회가 수없이 많이 있었는데
내갸 뭐라고 남들 다 그렇게 사는데 나만 그걸 무시했을까 생각이 든다.
요즘 생각이 현실적으로 바뀌고있는 것 같다.
창피한 일이 있어도 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창피함이라면 받아들이면 되고
실수를 해서 생긴 창피함이라면 생각하고 다음엔 안그러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또 반나절만 지나도 또 감정들에 휩싸여있겠지
어쩔 수 없다.
오늘의 추천곡 : Reality - 성시경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