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시기가 있나 봐.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 문득 오두막이라는 영화가 생각났었다. 그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부분이 있다. 슬프고 분노한 주인공이 지혜를 만났고 지혜가 주인공에게 직접 세상의 사람들을 판단해 보라고 한다. 판단하려 했지만 지혜는 모두가 각각의 이유와 사연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나도 사람들을 쉽게 판단해 버린 것 같아서 반성하던 중 우연히 옛날 뉴스를 봤다. 딸을 살해하고 자살한 의사의 얘기였다.
이런 사건은 정말 많이 일어난다.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자신의 완벽한 엘리트 인생에 오점이 생겨 자살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서 그랬을 것이다."
반대로 직업적인 배경이 나오지 않은 비슷한 케이스의 사건에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반응이 일반적이었다.
그 사람의 마음은 본인을 제외한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사건과 사건과 관련된 그 사람의 배경을 연관 지어 꽤나 많은 부분이 듬성듬성 비어있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이 비어있는 부분은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 편견으로 채워진다.
어느 날은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나서는데 뒤에서 누가 쫓아오더라. 대뜸 울었냐고 물어보셔서 무슨 말인지 다시 한번 여쭤보니 눈이 빨갛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아침에 샤워하다 눈에 거품이 들어가 뻐근하던 참이었다.
화장실 갈 때마다 거울을 보는 나도 내 눈이 빨간줄 몰랐다. 심지어 다시 거울을 봐도 눈이 빨간지 모르겠더라.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보고 듣는데 그분은 나에게 물어봤지만 물어보지 않고 결론 내려진, 결론 내린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생각했다.
만약 그분이 나에게 물어보지 않고 판단했다면 나는 그분에게서 묘하게 측은한 눈빛을 느끼고 의아해했을 것이다..
속단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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