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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fortless Life/우울일기

[우울일기]생각

요즘들어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잠도 설치고 꿈도 많이 꾼다.

계속 내 안을 들여다보고 곱씹고 또 곱씹다보니 스스로가 사회부적응자같기도 하고 인성이 파탄난 것 같기도 하다.

 

근데 기억 속에서 빠진 게 있지.

그 때의 상황, 내가 속했던 작은 사회의 암묵적인 규칙, 그 연령대의 보편적인 특성, 내 감정, 내가 처했던 상황.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행동했거나, 누구나 가지고 있었던 삐뚤은 마음이었거나

내 지독한 자기혐오 비디오속에는 이 모든 것이 빠져있다. 그리고 어쩌면 뒤틀린 마음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해서 기억이 안나는지도 모른다.

모두를 용서했지만 오직 나 자신만 용서를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지만 오직 나만 내 속내를 알고있고 내 행동을 내가 기억하니 자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좋은 마음이 드는 것도 잘못이 되면 누구도 깨끗하지 못하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삐뚤은 마음에 사로잡혀 힘들어하고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싶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들고 스스로 힘듦을 만들고 있는 그 사람이 안쓰럽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내가 뭐가 특별할게 있는지 생각이 들고 뭐 별건가 생각이 들고 왜 이렇게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편해지고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중요한 건 나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어떤 정체성을 붙이지 않는 것.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삶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도 그저 일부일뿐이다.

 

모두 없던 일로 치자. 별거 아니다.

나 혼자 인성이 파탄났다고 세상이 뒤집어지지도 않고 별 것아닌 걸로 예민하게 짜증부린다고 해서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내 안을 그만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도 들여다보자 그렇게 해보면 모두가 엉망이다. 말실수를 하나 하고 잠 못들고 밤새 자책하던 참이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이 한 말실수가 생각났고 그저 말 한마디일 뿐이라는 걸 알았다. 그 사람이 그렇게 자책할까? 기억도 못할 것이다.

 

대학교 기숙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룸메이트가 재수해서 들어온 신입생이였다. 나보다 한 살 많았지.

평범하게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그러더라 정시로 들어온거면 공부 못했겠네?

봤지? 얼마나 못났어. 흔히들 말하는 아싸 대화법이잖아.

자기 안을 들여다보는 걸 줄이고 시선을 돌리면 다 비슷해 못난 놈들 투성이야.

 

실수의 가장 큰 의미는 안좋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에 있다.

조심하면 그만이다. 다 고만고만하니 스스로를 너무 작아지게 만들지 않기.

 

정신과 레지던트에게 사회부적응자 같다는 평가를 들은 적이 있다.

짜증을 한 번 내니 발끈하곤 되갚아주는 꼴이라곤..

얼마나 못났어. 

 

기죽지말자. 별 거 아니다.

 

오늘의 추천곡 : You Look Goot To Me - Oscar Pet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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