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을 막 그렇게 잘하지도 않고 깊게 파지도 않는다.
그러던 중 게임에서 어떤 유저와 다툼이 생겼고 그분은 무척이나 열받아했다.
내가 심한 말을 하거나 욕을 한건 아니었다. 정말 그냥 아재개그였다.
그 사람이 불편함을 토로했지만 게임인데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고 프로게이머도 아닌데 어떤 게 최선이었을까 생각해야 할까 싶어서 대충 넘어가려고 했던 말이다.
나는 굳이 요구를 안한다. 마음에 안드는게 있으면 같이 게임하는 사람을 구해서 소통하며 게임하면 되지않을까 싶어서다.
그분은 그 순간부터 게임을 포기하고 오히려 방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과를 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채팅을 쳤다.
심지어는 게임이 끝난 뒤 친구추가 요청을 보내 계속해서 자극하고 싶어 하더라.
그 순간 든 생각은 내 말 한마디가 굉장히 가성비가 좋은 말이었다는 것이다.
내 말 한마디에 그분은 게임 매칭시간 + 게임 시간 + 본인의 랭크 점수를 날렸고 거기다 고의적 팀 방해로 인한 제제까지 받았다.
친구추가까지 해서 욕하려고 하셨던 걸 보니 아마 계속 곱씹고 계시지 않을까.
무섭기도 무서웠지만 유치하게 비꼬며 불쌍하다 생각하는 것이 아닌 인간적인 동정심이 든다.
그러던 중 어쩌면 내가 이 유저처럼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아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고 분이 안 풀려 그 사람도 나와 같이 힘들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고.
내가 곱씹고 있는 상처는 언제 받았던 상처일까?
1년 전? 10년 전?
그런 의미에서 어릴 적 받은 상처는 무척이나 가성비가 좋은 상처가 되겠다.
순간의 눈빛, 상황, 말, 행동이 그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생물학 시간에 봤던 영상이 기억난다.
어떤 교수님이 아내분과 말다툼을 하다가 "누가 A형 아니랄까 봐"와 같은 말을 들었고 교수님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남편이 교수인데 이런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믿고있다니.
그래서 연구를 시작했고 끝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고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분께 보여드리며 그 말다툼으로 이런 논문을 써서 발표했다고 말하자 아내분이 하신 말씀이
"A형이니까 이런 연구나 하지..."라고 하셨다고 한다.
나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주는 에피소드다.
더 중요한 게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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